유행을 좇는 것은 시간이 지나며 세련미가 바래지고 낡아 빛을 잃기 마련이다. Fritz의 브랜딩 가치관은 이 점을 꿰뚫어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운 옛것을 지향하고 있다. Fritz의 모든 지점은 레트로한 인테리어와 감성으로 유명한데, 근방의 세련된 다른 커피숍들보다 붐비고 주말이면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다. 작게 보면 Fritz 1, 2호점과 3호점은 다른 컨셉의 카페처럼 보이지만, 크게는 결국 한국의 옛것을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옥을 개조해 만든 도화점, 원서점이 전통적인 한국 모습을 상징으로 한다면, 가장 최근에 오픈한 3호점인 Fritz 양재점의 인테리어는 80-90년대에 지어진 한국 현대 건물의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다. 
 
 
고깃집이었던 기존 건물 1, 2층은 점포가 빠져나간 후 Fritz가 들어서기 전까지 오랜 기간 방치되어 있었다. Fritz는 인테리어 디자인과 모든 소품을 브랜드의 컨셉에 맞게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고 고집스럽게 골라 이곳을 꾸몄다. 1층 커피 바는 손님과 바리스타의 공간 구별이 없어야 한다는 바리스타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이런 설계는 양재점뿐만 아니라 모든 Fritz가 공통으로 가진 컨셉이고,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바리스타들과 얼굴을 맞대고 그들이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지켜보며 가깝고도 친근하게 느낀다. 고객과 직원을 가깝게, 직원들의 작업공간을 고객의 공간과 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오픈하는 것 역시 Fritz의 지향점을 잘 보여주는 인테리어라 할 수 있다.
 
 
바닥의 육각형 타일은 Fritz의 컨셉에 맞게 새로 짠 것으로, 반듯하고 광택 나는 세련된 제품보다 울퉁불퉁하고 색이 바랜 타일들로 일부러 골랐다. 이 타일은 요즘은 상업공간에서 흔히 쓰지 않는 디자인이기에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렇듯 Fritz의 컨셉이 워낙 독특하다 보니 기성품은 마음에 드는 제품이 흔치 않고 브랜드와 어울리는 가구나 소품 등이 없을 경우엔 직접 제작한 것들도 많다. 1층 한 켠에는 카운터가 배치되어 있다. 이전의 가게에서 쓰던 이 카운터를 그대로 두어 고객들의 대기공간으로 활용했다. 매장에 들어서서 정면으로 보이는 계단은 지하로 향하는데 기존 건물에서는 없던 구조다. 원래의 외부를 통해 돌아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Fritz의 컨셉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디자인팀은 새로 계단을 내고 대리석을 까는 대공사를 했다.

 
 
Fritz 지하 1층은 다른 층에 비해 다소 어둡게 꾸몄는데 전체적인 조도와 더불어 어두운 톤의 벽 도장과 붉은 팬던트 조명에서 따뜻함과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이 팬던트 조명은 매장 전체에 걸쳐 시선을 사로잡는 소품으로, 조명의 뼈대부터 패브릭 천까지 디자인해서 일종의 Fritz의 심볼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조명 외에도 지하에는 예전 할머니 댁에서 본듯한 옛날 가구들과 소품을 배치해 Fritz를 처음 접한 손님들도 편안하고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 지금은 보기 힘들 정도로 유니크한 레트로 가구 및 소품들 역시 브랜드의 컨셉에 맞게 주문 제작했거나 서울 곳곳에서 발품을 팔아 구한 아이템들로, 영화 화양연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바닥과 기둥을 이루는 목재는 다른 공간에서 사용된 나무를 재활용했다.

 
 
2층은 베이커리가 위치한 곳으로, 파티쉐, 쉐프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 이 공간은 쉐프들의 베이킹 작업을 훤히 볼 수 있도록 노출시킨 구조로, 다른 지점에서는 바리스타들의 공간만 손님들에게 오픈되어 있었으나 양재점은 공간이 허락하는 한 쉐프들도 고객들과 가까운 곳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베이커리를 두고 싶었다. 2층의 컨셉은 오피스에서 많이 사용했던 에메랄드와 화이트 컬러의 투톤 컬러링, 철제 테이블과 레트로한 의자 등 전체적으로 70, 80년대 미국의 사무실처럼 디자인했다. Fritz는 구석구석 모든 공간이 매력적이다. Fritz의 브랜딩 가치관과 더불어 뚜렷한 컨셉을 가진 인테리어는 브랜드 ‘Fritz’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고 자꾸만 발길을 향하게 한다.
 
        
저작권자 ⓒ Deco Journal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